🍷 가을이 온다. 만취레터 에디터의 인생책🍂

2021. 8. 27.

🍷 가을이 온다. 만취레터 에디터의 인생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모순>, <여행의 이유>

✏️ 주키드's 웰컴 코멘트

외부의 자극이 너무 많은 요즘! 이런 때일수록 독서는 더욱 소중해집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1. 나에게 꼭 맞는 책을 고른다. 2. 책을 읽으며 내게 꽂히는 문장들을 발견한다. 3. 그 위에 내 생각을 얹는다. 4. 여운에 잠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전엔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죠.

오늘은 만취레터 에디터들의 인생책을 소개할까 해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다소 진부한(?) 관용구로부터 출발한 회차이기도 하지요 헤헤. 성큼 높아진 하늘 아래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독서의 시간을 가져도 좋겠습니다:) 그럼 LET'S MANCHI!

*만취레터에 첨부된 이미지, 와인색으로 볼드처리된 텍스트는 모두 관련 콘텐츠로 연결됩니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

▶ 428쪽

출처=한겨례출판

💌 한 줄 큐레이션

'당신의 글을 읽기 위해서 그 작품들을 봤어요.' 문학평론가가 추천하는 엄선된 작품을 보고 싶을 때

🧀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겠지만

책을 읽으며 가장 행복한 순간은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생각을 명료하게 만들어주는 문장을 만날 때입니다. 흐렸던 시야가 걷히고 모호했던 세계가 또렷해지는 쾌감이 가득하죠. 책을 읽는 내내 '아, 내가 찾던 삶의 태도가 이런 거였구나'를 느꼈던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에요.

우리는 저마다의 슬픔을 안고 삽니다. 타인의 슬픔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신형철 작가는 그럼에도 슬픔에 가닿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라면서요. 그 슬픔이 사회적인 문제로부터 기인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나의 마음이 타인에게 미칠 수 있는지 확신할 순 없더라도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관심을 쏟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작가는 타인의 슬픔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고 말해요. 그리고 슬픔을 공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매체로 예술작품을 꼽습니다. 세상의 모든 작품은 창작자가 수용자에게 우리 함께 생각해보자며 건넨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작가가 8년간 일간지와 문예지에 기고한 90편 남짓한 글을 엮은 산문집이에요. 예술작품 속 주인공의 슬픔은 물론, 이야기를 집필할 수밖에 없었던 창작자의 슬픔에도 마음을 기울였습니다. 상처를 들여다보고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를 고민한 흔적이 가득합니다. 우리가 예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타인을 향한 사려 깊은 시선을 보다 보면 그 마음에 나도 함께하고 싶다는 공감의 문이 활짝 열리니까요.

💘 만취 모먼트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이기적이기도 싫고 그렇다고 위선적이기도 싫지만, 자주 둘 다가 되고 마는 심장의 비참. 이 비참에 진저리 치면서 나는 오늘도 당신의 슬픔을 공부한다. 그래서 슬픔에 대한 공부는, 슬픈 공부다.

Curated by 주키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보러가기

모순 | 양귀자

▶ 308쪽

출처=쓰다

💌 한 줄 큐레이션

몰입도 높은 소설을 읽고 싶거나, 소설을 읽으며 밀려오는 생각의 파도에 잠기고 싶다면

🧀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

중학교 즈음 교과서에 실렸던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당시 지루하지만, 공부를 해야 하니 억지로 억지로 읽는 저와 달리, 저희 엄마는 책을 통째로 읽어 버리고는 너무 재밌다고 연신 말했거든요.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양귀자의 소설이 <모순>이었는데, 세상에,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답니다.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문체가 취향저격이었고, 공감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개로 단숨에 끝까지 읽어 내리게 됩니다.

제가 마음을 빼앗긴 첫 장면은 이러합니다. 어느 날 아침 주인공 안진진이 다짜고짜 결심을 부르짖으며 시작되어요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문득 돌이켜보니 인생이 얄팍하기만 하고 '부피감'이 없다는 거예요. (당시의 저는 이 심정이 공감되더라고요. 너무나 정확한 표현이라 느꼈습니다) 이후 본인을 비롯하여 엄마, 이모 등 주변 인물의 삶을 관찰하며 행복은 무엇이고 인생은 무엇일까 계속 고민해 나가는 1인칭 독백 위주로 소설이 흘러가요. 소설의 가장 큰 갈등은 주인공이 사랑이라 느끼는 남자와 삶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남자 중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입니다. 님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실 것 같은가요?

<모순>이라는 단출한 제목이 결국 고민에 대한 답과 작가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데요. 이 책은 1998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무려 132쇄를 찍었다고 해요. 인간은 여전히 한없이 모순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20년이 지나도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나름 삶의 관록을 쌓아 가고 있잖아요. 내가 했던 선택들과 나의 모순적인 면모를 투영하며 읽게 되고, 안진진의 독백이 나의 독백으로 파도가 되어 밀려올 거예요.

💘 만취 모먼트

살아있는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죽기 전에는 아무도 인생의 보잘것없는 삽화들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우리는 크고 작은 액자 안에 우리의 지나간 시간들을 걸어 놓으며 앞으로 앞으로 걸어간다.

Curated by 지또술

<모순> 보러가기

여행의 이유 | 김영하

▶ 214쪽

출처=문학동네

💌 한 줄 큐레이션

김영하 작가의 문체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김영하 작가의 언어로 여행을 만나보세요.

🧀 독서와 잔상

작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김영하 작가를 아시겠죠? 저도 정말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입니다. 본래 소설가이지만, 이번에 저는 에세이 ‘여행의 이유’를 소개하려고 해요. 소설의 주인공 시점이 아닌 김영하 작가의 시선으로 담은 문체가 색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저자의 실제 여행기가 담긴 이 책은 여행에 대한 그만의 통찰력이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이 책을 쓰는데 내 모든 여행의 경험이 필요했다.” 저자가 남긴 말입니다. 여행광인 저자는, 본인이 왜 여행을 좋아하고 열심히 해 왔는지, 나아가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는지 끊임없이 여행의 이유를 찾아갑니다. 저자의 첫 여행부터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을 다룬 챕터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tvn 예능 <알쓸신잡>에서 떠난 새로운 경험을 다룬 여행까지.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게 돼요.

저는 이 책을 동남아에서 두 달간 여행했을 때 읽었어요. 그래서 더 특별하게 남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경험과 통하는 책을 읽으니 단시간에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여행하며 든 내 생각과 여행에 대한 다른 이의 시선을 더하니 책에 대한 잔상이 두 배는 진하게 남았습니다. 만취러 여러분도 지금의 경험과 상황을 비춘 독서를 해보세요.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독서가 꽤 흥미진진하게 다가올지도 몰라요!

💘 만취 모먼트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다.

Curated by 볼그레

<여행의 이유> 보러가기

🍺 오늘의 한 잔

가을과 독서엔 분위기 넘치는 와인을! 인내와 애정을 쏟아야 완성되는 부르고뉴 정통 레드와인, 피노 누아

👀 만인의 취향 엿보기

만취러들은 인생책으로 제프 다이어 <내가 널 파리에서 사랑했을 때>,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청준 작가의 단편집을 꼽았어요. 만취레터의 인생책과 함께 초가을의 정취를 누려봐요.🍁

다음 주 만취레터는 우주로 떠나요.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하거나 외계인을 다룬 님만의 콘텐츠가 있다면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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