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스물 아홉이햐

2022. 12. 9.

🍷 벌써 스물 아홉이햐

<대한민국 표준 29살 여자>, <겨우, 서른>, <연애 빠진 로맨스>

✏️ 볼그레's 웰컴 코멘트

현재 모습은 꿈꾸던 멋진 어른과는 거리가 있고, 30대가 되어도 우린 여전히 불완전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들어요. 나이 앞자리 바뀐다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진 않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뭐 어떤가요! 그저 나이 앞자리 바뀌는 것뿐인데요. 마음껏 방황하고, 마음껏 실망하고, 마음껏 토해내며 각자의 오늘을 열심히 써내려가고 있다면 꿈꾸던 서른으로, 어른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거 아닐까요? 모든 이들의 (안 괜찮아도) 괜찮은 서른 즈음을 응원하는 콘텐츠 차려왔습니다!
그럼 Let’s Manchi🍷

📢 만취레터를 이젠 오디오로도 들을 수 있다는 사실!

YOUTUBE

대한민국 표준 29살 여자ㅣ1994 일구구사

Curated by 볼그레

출처=1994 일구구사

🧀 표준의 서른

'내 나이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는 것들'을 주제로 94년생 여자 10명이 나와 '외모, 연애, 학력, 수입, 순자산'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표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표준 외모라고 생각하면 나와서 둥근 원안에 서는 형태로 진행되는데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표준의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서 놀랐어요. 참가자들과 댓글 반응 또한 동일하고요.

생각해보면 표준이라는 것을 누가 정한 걸까요? '남들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내가 남들에 비해 어느 정도로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등의 이유로 우린 자꾸 표준을 찾으며 나의 위치를 확인받고 싶어 해요. 사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갑 친구들도 각양각색이잖아요. 나만이 써 내려갈 수 있는 각자만의 역사가 있고, 그 역사의 페이지들을 잘 써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드는 영상이었습니다.

채널 1994 일구구사는 '94년생 PD가 만드는, 서른 즈음의 이야기'로 동년배라면 공감 갈만한 포인트를 살린 영상들을 제작하는데요. '대한민국 표준 29살 여자'의 영상은 조회수 367만 회, 댓글 5,246개로 채널 성장을 견인한 영상이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죠. 그 중 인상적인 댓글로 콘텐츠 추천을 마무리합니다. "표준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각자의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 같아요."

💘 만취 모먼트

사실 그 평균이라는 게 개개인의 삶에 있어서는 전혀 의미 없지 않나

<대한민국 표준 29살 여자> 보러가기

DRAMA

겨우, 서른 | Netflix

Curated by 지또술

출처=넷플릭스

🧀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나 봐요

저는 ‘중국 드라마’하면 화려한 의상의 사극이나 유치한 재미 가득한 청춘물을 먼저 떠올리곤 했어요. <겨우, 서른>은 편협했던 저의 사고를 바꿔준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는 2020년에 중국에서 방영되었고,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 공개된 후, 많은 이의 공감을 얻으며 열렬한 호응을 받았습니다. 저도 당시에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보기 시작했던 기억이 나네요.

꿈과 유혹으로 가득 찬 도시, 상하이에서 아등바등 살아가고 서른 살 동갑내기 세 여자가 주인공입니다. 부모님에게 결혼 압박을 받는 명품 매장 판매원 만니, 전업주부이지만 남편과 불꽃놀이 회사를 일구어나가는 구자와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남편과 이별과 재결합을 겪고 있는 샤오친까지. 각자의 고민도 처한 상황도 복잡하기만 하죠.

배경은 상하이지만 한국 사회, 그리고 서울과 별로 다를 바가 없어요(사람 사는 거 정말 다 똑같나 봐요). 제각기 다른 상황 곳곳에 우리의 현실과 고민이 녹아있어 공감과 탄식을 자아냅니다. 시련을 함께 이겨내는 여자들의 우정 이야기가 이제 뻔한 설정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세 캐릭터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이 드라마의 인기를 이끌었어요. 중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경하는 쏠쏠한 재미도 있고요.

공자는 삼십이립(三十而立) 즉 '서른 살이 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움직이지 않는 신념이 서게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해요. 이 드라마의 제목을 중국어로 하면 공자의 말에서 한 글자를 바꾼 삼십이이(三十而已)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서른은 움직이지 않기는커녕 아직도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고, 우리는 ‘겨우 서른’일뿐이라고 말하는 거겠죠. 콕 집어 '서른'이 아니라, 안정과 도전 사이 방황 중인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전하는 드라마입니다.

💘 만취 모먼트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는 듣기 좋은 말은 다른 사람에게 하고, 상처 주거나 무뚝뚝한 말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한다는 것이다.

<겨우, 서른> 보러 가기

MOVIE

연애 빠진 로맨스ㅣ정가영

Curated by 포테이토

출처=CJ ENM

🧀 여전히 헤매는 서른즈음의 청춘

서른. 석가모니는 서른을 맞이하는 해에 출가를 결심해 궁에서 벗어나 홀로 수행을 했다고 하네요. 저는 이번 주 29번째 생일을 맞이했답니다. (와~) 그러나 경제적, 심리적 독립은커녕 이십 대의 여느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쉬이 흔들리곤 합니다. 누군가는 20대는 돈이 없고, 40대는 시간이 없으니 30대가 제일 좋은 나이라고 했다는데, 돈도 시간도 없는 30대, 이를 어쩌죠. 이런저런 고민에 몰두했었던 지난해 겨울, 극장에서 <연애 빠진 로맨스>를 만났습니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스물아홉의 조연 같은 인생을 사는 함자영(전종서)과, 칼럼니스트 너드남 박우리(손석구)가 어플로 만나 몸부터 섞고 점점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죠? 그러나 감독이 정가영이라면 조금 다릅니다. 당황과 황당 사이를 오가는 솔직한 화법이 이 영화의 매력이자 정수입니다.

자영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연애에 관한 궤변을 늘어놓습니다. “불행하고 싶어? 그럼 연애질 하면 돼! 행복하고 싶어? 그럼 연애질만 안하면 돼!” 저는 여기서부터 이 영화에 반했습니다. 사실 누구보다 사랑을 갈구하지만, 전 연애의 상처에 빠져나오지 못해서 과시적으로 내뱉은 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술자리에서 종종 솔직하지 못한 순간들을 포착해 옮겨놓은 것 같아 웃음이 났습니다.

“내년이면 서른인데 언제 어른 되고 언제 주인공 되냐!”

연애도, 일도 실패한 자영은 자신이 늘 조연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며 자조합니다. 열아홉에 이 영화를 봤다면 과장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했던 서른은 덜 찌질할 줄 알았거든요. 물론 운전도 할 줄 알고, 외박해도 상관없으며, 제 밥값은 하고, 술을 마셔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서른 살이, 아니 스물아홉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세상 일에 능숙하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그러한 지점들을 짚어주어 속 시원함 반, 부끄러움 반이었습니다.

영화는 '자영'과 '우리'가 실수를 인정하고 조금씩 성장하면서, ‘실수하더라도 괜찮다, 인정하고 성장할 수 있다면’이라는 긍정적인 끝을 맺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굳이 서른이라는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술 마시면서 실수하고 배우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실 서른이라고 무언가 깨우치는 건 석가모니나 되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답게 조금 더 속세에서 헤매고 싶습니다. 서른에도, 서른 하나에도 '자영'과 '우리'처럼 술 마시고, 울고불고, 다시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요?

💘 만취 모먼트

여기 안 외로운 사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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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이면 두살 어려진다는 소식에 안도한 만취객 있으신가요? 한 두살 차이가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기분 좋게 하는지! 덕분에 올해 연말은 다시 사는 기분으로 보낼 수 있겠어요.

다음 호면 벌써 올해 마지막 뉴스레터가 발행되는데요. 연말을 맞아 한 해 결산 특집을 준비했어요. 만취레터와 한 해동안 열심히 콘텐츠 안주 음미하신 여러분도, 만취객픽 최고의 콘텐츠 어워드를 뽑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건 어떨까요? (만취객 분들을 위한 깜짝 연말 선물이 있을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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