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안녕하세요, 대추입니다. 저는 현재 미국 직배사*에서 홈비디오/TV 배급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홈비디오/TV 배급은, 소비자에게 직접 마케팅하는 극장 배급과는 결이 다른 B2B 배급인데요. 소비자에게 직접 어필하기보다는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플랫폼에게 저희 영화를 마케팅하는 업무를 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자사 플랫폼 소비자에게 저희 영화를 소구해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경품 이벤트, 할인 프로모션, 특별 번들 출시 등 다방면의 마케팅을 기획, 제안하는 일들을 하죠. 한 플랫폼에 하루에만 몇 십 개의 영화가 올라오는데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저희는 배급하는 영화의 전문가가 되어 플랫폼 담당자에게 “이 영화는 이런 타겟을 메인으로 가진 당신의 플랫폼에 잘 소구되니까 이 시기에 이런 경품 프로모션으로 런칭하시는 것이 어떠시냐”고 어필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직배사 배급은 기본적으로 1) 오프라인인 극장을 통한 배급, 2) IPTV, 시리즈온과 같은 단권판매 플랫폼을 통한 홈비디오 배급, 3) 영화 채널, OTT 라이선싱을 통한 TV 배급으로 분류

A. 개인적으로 두 태도 사이의 교집합을 견지하는 편이에요. 일에 애정이 있어야 현타의 빈도가 적고, 워라밸을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일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웬만하면 일은 근무 시간 안에 끝내는 것이 좋지만, 일이 몰리는 시기에 야근은 불가피하겠죠. 저연차 주니어 시기야말로 하고 싶은 것은 물론, 할 수 있는 체력도 있을 때이고 일을 벌인만큼 성장해나가기 가장 좋은 시기니까요. 애정만으로 귀찮은 업무들에 덤벼들어도 칭찬 받을 수 있는 주니어의 특권을 최대한 누리되, 직업은 제 삶의 여러가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도 꼭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야근은 지양하고 최대한 저녁을 사수해서 일 외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A. 좋은 영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믿어요. 꼭 극적으로 변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더라도요. 영화는 항상 사회의 전선에 서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하잖아요. 누군가 내가 배급한 영화를 보고, 보통날들과 다르게 유달리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거나, 벅차오른 일기를 썼다거나, 새로운 요리를 해먹었다거나, 그런 작용을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는 것이 원동력이 됩니다.

A. 장미여관의 <퇴근하겠습니다>요.

이 노래는 쥐꼬리만한 월급, 아무리 힘들어도 오래 버텨왔지만 이제 퇴근, 사실 퇴사를 하겠다는 약간은 힘빠지는 포부의 노래예요. 우리는 매일 회사에 8시간을 기꺼이 바치고, 회사는 그런 저희에게 월급을 주죠.

시간을 돈에 판다니, 어찌 되었든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내 시간이 사실 내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가혹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늘 가슴 한 구석에 [퇴근하겠습니다] 같은 당돌함을 가지고 일을 하려고 합니다. 내 시간은 너에게 팔린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얻을 게 있어서 너와 소명의 약속을 한 거다! 내가 자기개발을 하는데 돈까지 주네.. 고맙다!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마음이 어긋나면 나는 언제든 떠날거다! 그런 당돌함이요. 일은 그저 내 삶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한 장치 같은 건데요. 오히려 이런 태도를 가질 때, 명랑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칼퇴를 하는 날 이 노래 들으면서 퇴근하면 그렇게 가뿐할 수 없답니다.

A. ‘내가 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할 일들을 잘 정리하기’ 입니다.

언젠가는 저도 이 회사를 떠나갈 날이 오겠죠? 이 회사에서 무엇을 해왔는지 잘 정리해야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다음 커리어로 가기 위해 필요한 요건들 중 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의 기회를 찾아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목표로는 사이드로 진행 중인 <이야기들> 텀블벅 펀딩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거예요. <이야기들>는 영화를 좋아하듯 이야기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출발해 친구들과 함께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인데요. 지구 멸망, 탄천의 비밀, 매일 여는 냉장고와 같이 저희가 나누는 엉뚱하고 무용한 상상을 엮은 이야깃감과 그 이야깃감으로부터 출발한 여러 코멘터리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현재 텀블벅에서 펀딩 진행중이니,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둘러봐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