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대도시의 사랑법

숏츠와 스낵 콘텐츠에 절여지면 내 시야도 딱 그 시간안에 갇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때론 몰입감 높은 장편의 콘텐츠를 찾아 봅니다. 24편의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드라마 속으로 몰입시키는 웰메이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함께 위태한 개화기 조선 속으로 떠나요.

미스터 션샤인은 1900년대 초 일본의 위협 속에 조선을 구하려 애쓰는 애기씨 애신과 그를 둘러싼 세명의 사내가 각자의 방식으로 애신을 지키는 과정이 극의 중심이지만, 사실상 이 드라마와 그리고 역사의 주인공은 의병입니다.

“적군은 참패의 와중에서도 물러서지않고 결사항전중이다.
패배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단 한명의 탈영병도 없다.
....
창과 칼이 부러진 자는 돌을 던지거나 흙을 뿌려 저항한다.
이토록 처참하고 무섭도록 구슬픈 전투는 처음이다.”

1화 신미양요 전투를 두고 미군이 남긴 대사입니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조선은 의병의 목숨을 등에 업고 살아 났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국을 물려주기 위해서요. 목숨 걸고 적군에게 저항할 수 있던 고귀하고 위대한 다짐은 또 다른 의병들을 낳아요.

“당신은 조선인을 몰라. 왜란과 호란을 겪고도 조선은 살아남아.
의병으로 죽은 부모의 자식들은 그 다음 해에 의병이 되거든”

위는 일본군 총 사령관 모리 타카시가 친일파 이완익에게 조선의 민족성을 언급한 대사예요. 의병들의 발자취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 수 있죠. 미스터 션샤인은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꼭 봐야할 수작입니다. 왜 역사를 알고 옳은 길을 걸어야 하는지, 우리가 남긴 궤적이 대한민국의 다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속 곱씹게 되거든요. 

그들의 핏빛 희생으로 선샤인 같은 지금의 시절을 누릴 수 있음게 감사하며. 다음 레터에서 씨유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