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어제 수능이었죠. 만취객 중 수험생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능을 본 수험생도, 그들을 가르치신 선생님도, 수험생을 둔 주변의 가족까지 고생많으셨어요 11월 셋째 주 목요일, 이 날이면 수많은 청년이 자신이 그동안 갈고닦은 지식으로 시험지 위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입니다. 저 또한 수능이 인생에서 제대로 겨뤄본 경쟁의 첫 기억인 것 같아요.

 

제가 오늘 들고 온 영화는 경쟁에 관한 영화 <4등>입니다. <4등>의 주인공 준호는 대회에서 만년 4등인 초등학생 수영 선수입니다. 4라는 숫자가 야속하게만 느껴지는데요.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기엔 애매하고, 그만두기엔 아쉽게 느껴지는 등수에요. 사람들은 3등까지만 기억하니까요. 준호의 엄마는 광수라는 새로운 코치를 붙이고 광수는 폭력을 가하며 맹훈련을 시킵니다.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혹독한 훈련 끝에 준호는 드디어 4등을 벗어나 2등을 하게 되어요. 준호의 아빠는 준호에게 가해진 폭력을 알고 수영을 그만두라 하지만, 엄마는 폭력을 써서라도 준호가 1등을 하길 원합니다.

 

이 영화의 훌륭한 부분은 준호와 광수의 관계입니다. 영화는 광수를 단순히 가해자로 악마화하지 않는데요. 둘의 관계는 그보다 더 미묘합니다. 준호는 광수에게 두려움도 느끼지만, 동시에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나아간다는 우정도 느낍니다. 전 이런 부분이 마치 사회에서 스스로 내면화한 폭력성과 유사하다고도 느껴졌어요. 저 또한 경쟁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폭력적으로 내몰지 않았나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준호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조금 있으면 연말과 신년이 다가오는데요. 이 영화를 보면서 지난 날의 과오를 반성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조금만 더 관대해지고 칭찬을 해주는 건 어떨까요?

 

P.S 이 영화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영화 프로젝트 중 열두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공익성의 메시지를 가지면서도 영화적으로도 훌륭하답니다!

"자기야 난 솔직히 준호 맞는 거 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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