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여름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사계절 중에 여름을 가장 좋아라합니다. 40도에 가까운 폭염, 쏟아지는 장맛비에 힘들 때도 많지만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특별해서입니다. 내리쬐는 햇볕에 반짝이는 나뭇잎, 땀이 흐를 정도로 더울 때 먹는 아이스크림. 여름에 더 크게 누릴 수 있는 행복입니다. 이번 레터에는 만취레터 에디터들이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를 담은 콘텐츠로 가득 채워봤어요. 그럼 오늘도 LET`S MANCHI!

사실 저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름을 좋아하던 시발점을 더듬어보자면 이윤정 PD의 드라마들이 있었습니다.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고은찬이 스쿠터로 배달을 가는 오프닝 에피소드의 청량함이라던가, <트리플>에서 하루와 풍호가 아이스링크장을 누비는 천진함 같은 것들이요. 저는 비록 송중기도, 공유도 아니었지만, 저의 여름도 반짝일 것 같다는 마법같은 기대감을 심어주는 드라마들이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이윤정 PD의 작품은 MBC 베스트극장의 8부작 드라마 <태릉 선수촌>입니다.

 

2008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한 태릉의 네 청춘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만년 2군인 유도의 홍민기(이민기), 천재인 줄 알았으나 천재가 아님을 깨달은 양궁의 방수아(최정윤), 올림픽에 청춘을 바쳤지만 부상으로 인해 선수를 그만둬야 할 체조의 정마루(송하윤), 정상을 찍고 은퇴를 고민하는 수영의 이동경(이선균). 이 네 남녀가 태릉에서 부딪히고, 좌절하고, 사랑하고, 극복하고, 혹은 극복하지 못하는 과정들을 담았습니다. 

어린 나이인 이들은 눈앞에 놓인 장애물 때문에 한없이 불안합니다. 이 정도 재능이어도 운동을 계속해도 되는걸까. 이 쯤하면 그만두고 다른 걸 도전하는 게 맞지 않을까. 드라마는 답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어떤 인물은 재능을 꾸준한 노력으로 증명하고, 어떤 인물은 자신의 한계를 천천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면서 끝이 납니다. 다만 ‘청춘 스포츠 드라마’답게 현재에 치열하게 도전하고, 미래를 꿈꾸는 그들의 에너지를 보고있자면 제법 기운이 납니다. 제가 비록 태릉선수촌에서 메달을 따고 싶은 운동선수는 아닐지라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일상에 기운이 도는 것이죠. (지금은 진천에서 연습한다지만 무튼) 누구에게나 청춘을 선물한다는 점이 이윤정 PD의 마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커피프린스 1호점을 좋아하신다면, 트리플도, 태릉선수촌도 좋아하실거에요.

P.S.

지금은 스타배우지만, 17년 전의 이민기, 송하윤, 최정윤, 이선균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네 캐릭터들의 매력에 끌려가다보면 8부작이 순식간!

여름은 꿈꾸기 좋은 계절입니다. 자연의 넘치는 생명력 속에서 꿈도 희망도 마구마구 솟아나지요. <신의 손>은 나폴리 소년 파비에토의 성장을 그린 영화예요. 가족들과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늦은 점심을 먹고, 작은 요트를 타고 반짝이는 빛을 반사하는 지중해 위에서 해수욕을 즐기지요. 나폴리는 마라도나가 전성기를 보냈던 팀의 연고지기도 한데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라도나를 마주치기도 합니다. 어린 파비에토의 삶은 대체로 평안하고 가끔씩 특별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큰 시련이 찾아옵니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파비에토는 어떻게 살아갈지 방황하고 고민하지요.

<신의 손>은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의 자전적인 기억이 반영된 작품이에요. 성년의 문턱에 선 소년이 영화감독을 꿈꾸기까지의 기억이 펼쳐집니다. 소렌티노 감독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함께 21세기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에요. 소렌티노 감독의 전작 <그레이트 뷰티>에서 로마의 풍광을 노작가의 시선으로 그려냈다면, <신의 손>에서는 나탈리의 감각을 방황하는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냈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도시에서 받은 영감을 영화 속에 녹여낸 셈이죠.

긴 호흡의 영화입니다. 짧은 호흡의 서스펜스 가득한 요즘 영상에 익숙해졌다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전반부는 가족 코미디처럼 가볍게, 후반부는 파비에토의 성장통을 진지하고 무겁게 그려냈습니다. 소년 시절의 나는 무엇에 열광했고 어떤 꿈을 꾸었는지 떠올리게 되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막연했던 꿈은 이렇게 선명해지는구나. 보고 듣고 느끼며 우리는 어른이 되는구나. 이런 저런 여운을요. 이번 주말, 이탈리아 남부 나탈리에서 펼쳐지는 소년의 성장통을 함께 겪어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나의 소년 시절을 만나게 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