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의 필모그래피엔 조금 특별한 작품이 있습니다. <소녀심청>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인데요. 단편임에도 분명한 기승전결을 담은 수작이에요. 묵직한 메시지, 빼어난 그래픽으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더빙으로 참여한 손 배우의 목소리 연기 역시 극에 몰입을 더하는 요소입니다.

<소녀심청>은 <효녀심청>의 이야기를 오늘날에 맞게 각색한 작품입니다. 인신공양 소재를 기반으로 한 스릴러 장르로 재탄생했어요. 앞이 보이지 않는 아빠를 위해 불법 각막 이식을 알아보는 현대판 심청전을 그렸습니다. 공양미 삼백 석은 현금으로, 스님은 불법 시술자로 비틀었습니다. 냉혹한 현대 사회를 보다 비극적으로 표현해냈죠.

김석원 감독은 제작이 진행되는 동안 스토리를 많이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기술적 한계, 인력 부족 등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인데요. 이런 여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다음 스텝을 만드는 것 아닐까요? 무언가를 만들고 표현하는 사람은 이렇게 조금씩 자신이 그리던 이상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자기를 증명해온 손석구 배우처럼요. 

이 방엔 뭐 하러 들어왔어? 눈도 잘 안 보이면서

손석구 배우가 최근 주목을 받으면서, 그의 이력이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가 연기를 하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 미술과 영화를 전공하다가, 자원입대를 해 이라크에서 군 생활을 하고, 갑자기 농구의 매력에 빠져 농구만 하다 보니, 시간이 남아(?) 등록한 액팅 스쿨에서 재미를 느낀 것. 심지어 중소기업의 CEO이기도 한데요. 필모그래피보다도 더 다채롭고 독특하죠?

 

<언프레임드>는 4명의 배우가 프레임 바깥으로 나와, 하고 싶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단편 영화 프로젝트입니다. 지난해 왓챠를 통해 공개되었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했어요. 손석구를 비롯해, 박정민, 이제훈, 최희서, 이름만 들어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배우들이 참여했습니다. 한 편 한 편이 재미있고, 만든 감독의 성향을 느낄 수 있기도 해 흥미롭고 신기해요.

 

손석구 배우가 연출한 <재방송>은 결혼식장에 동행하게 된 이모와 조카의 성가시고, 애틋한 하루를 그린 로드무비입니다. ‘방구석 1열’에 했던 손석구 배우는 <재방송>에 대해 "이미지 한 컷으로 시작한 이야기다. 한 결혼식에서 이모와 조카 정도의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두 사람이 어색하게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의 하루'를 상상하며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로고 제작 비하인드를 공개했는데요. 본인의 엄마를 녹여냈다는 엄마 캐릭터를 포함해, 그의 유머 코드가 가득 담겨있는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미술과 영화를 공부했던 경험과 다양한 사회이력을 가진 그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냈을지 기대가 되지 않나요?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