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건을 겪어도 우리는 제각기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반응합니다. 같은 공간에 있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도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사실 서로를 이해하려면 조금 더 넓은 아량으로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이야기는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인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글을 읽으며, 겪어 보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하지 않았을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인물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를 이해하게 되고, 이는 곧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나아가죠.

원래 지난 만취레터에서 이번 주제를 '으슬으슬한 날씨에 걸맞게 디스토피아를 다루겠다'라고 예고했었는데요. 조금 방향을 틀어 공감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온기를 담아낸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바깥세상은 조금 춥지만 우리 함께 조금은 더 다정한 세상을 만들어가요. 오늘도 Let's Manchi!✨

이슬아 작가를 아시나요? 요즘 출판계 최고의 셀러브리티가 아닐까..하고 사심을 더해 말해봅니다. 그는 <일간 이슬아>라는 하루 한 편의 글을 메일링 해주는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린 뒤, 수필 외에도 인터뷰, 서평 등 다양한 형식으로 확장하며 연재를 이어가고 있어요. <깨끗한 존경>은 2019년 발행되었던 인터뷰를 모아 출간된 도서입니다.

책에는 4명의 인터뷰이가 등장합니다. 세월호, 911 참사 등의 유가족을 인터뷰해온 라디오 시사 PD 정혜윤, 아시아의 동물을 위해 활동하겠다는 ‘아무튼 비건’ 작가 김한민, 부산 영도의 서점 ‘손목서가’를 운영하는 시인이자 소설가 유진목, 장애인 무용가이자 변호사인 김원영 작가. 네 명과 나누는 대화의 주제도 내용도 모두 다르지만 각자 지향하는 세상과 그 방향성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특히 정혜윤 PD의 인터뷰를 언급하고 싶어요. 슬프고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용기를 내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는 의도임을, 그들을 연민하거나 동정하지 않고 정말 ‘깨끗하게 존경’하고 있음을 말하고 그 지점에서 이 책의 제목도 기인하죠.

앞선 대목 외에도 시선의 확장, 사랑과 용기 등 책에 담긴 모든 인터뷰 속 대화가 마음 깊이 꽂히는 기분이었습니다. 인터뷰어로써 단순히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를 섞어 공감하고 또 정확하고 담백한 언어로 풀어내는 이슬아 작가의 글 덕분이기도 하겠지요. 작가는 인터뷰를 하며 느꼈던 감정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존경'의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그 순간이 얼마나 희귀한지 되새기면서요. 이 책을 통해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길 그리고 스스로도 충분한 사람이 되기를 다짐해 보게 될 거예요. 우리는 대화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