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설 연휴가 지나고, 이제 진짜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만취객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명절이 되면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 앞에서 지난 시간을 프레젠테이션이라도 하듯 설명해야 할 때가 있죠.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무슨 계획이 있는지. 때로는 그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 한마디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저는 이번 명절에는 더 신경 써서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인사가 단순한 의례적인 말처럼 느껴졌지만, 지난 해를 지나오면서 응원의 힘을 새삼 깨달았거든요. 관성적인 인사처럼 들릴지라도, 말에는 힘이 있으니까요. 새해를 맞아 "앞으로 뭐 하지?" 하는 걱정 대신, 다복을 기원하는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건 어떨까요?

명절 같은 드라마, <아수라처럼>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명절 같은 드라마, 일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수라처럼>입니다. 이야기는 나이 터울이 큰 네 자매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며 시작됩니다. 계기는 황당하게도, 노년에 접어든 아버지가 젊은 애인과 아이까지 두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죠. 당황한 네 자매는 "엄마가 불쌍하다"는 감정적 반응부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라는 실질적인 고민까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아버지 뿐만 아니라 네 자매 역시 저마다 은밀한 비밀을 품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그 과정에서 네 자매는 서로의 삶에 거침없이 침범하는데요. 하지만 그 모든 간섭들의 밑바닥에는 사랑이 있죠.

제목 <아수라처럼>은 세상이 아수라장처럼 혼란스럽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인간 모두가 아수라 같은 존재임을 상기시킵니다. 선과 악, 사랑과 질투, 애정과 분노는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될 수 없는 것이고, 그것들이 뒤섞인 채 살아가는 인간들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아수라처럼>은 결국 우리 모두 양면성을 지닌, 복잡하고도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최고의 배우진, 연극적인 재미

이 작품은 <괴물>, <어느 가족>,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으로 잘 알려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제작한 드라마입니다. 원작은 1979년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로, 이후 2003년 영화화, 2004년 연극으로도 만들어질 만큼 일본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번 연극으로도 만들어진 만큼,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는데요. <종이달>의 미야자와 리에, <마더>의 오노 마치코, <허니와 클로버>의 아오이 유우,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히로세 스즈, <곡성>의 쿠니무라 준까지. 이들이 함께 모여 있을 때 주고받는 대사의 리듬감과 복잡한 감정 연기가 특히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모여 있을 때는 웃고 떠들지만, 모두들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점에서(가족일지라도!) 우리는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가족이란 가까운 만큼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모를 수도 있는 존재니까요. 때로는 이해할 수 없고, 때로는 너무 가까워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의 삶 속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이런 복잡한 감정을 그려낸 <아수라처럼>은 명절을 보낸 후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닮아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반갑고 따뜻하면서도, 때로는 조금 피곤하고 복잡한 기분이 드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모여 결국 우리의 삶을 이루는 것이겠죠.

명절을 보내며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 그리고 명절이 지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 순간, 올 해도 좋은 이야기를 만취객과 함께 써내려 갈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