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지만, 정작 그 유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글을 준비하며 찾아보니, 영국 시인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비롯된 말이더군요. 엘리엇은 봄을 '죽은 땅에서 싹을 틔우는 고통의 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에게도 4월은 여러 재해로 인해 슬픔이 겹쳐진 달로 기억되곤 하지요. 그래서일까요. 얼마 전 공개된 TVING 오리지널 시리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잔인하고도 따스한 감정이 교차하는 4월에 더욱 감명 깊게 보았는데요. 처음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본 인상은, 떠나간 사람을 제대로 애도하기 위해 만든 드라마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래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우절을 맞아 고등학생 정희완과 김람우는 장난처럼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기로 합니다. 성격이 괄괄한 희완이 먼저 제안했고, 처음에는 거절하던 람우도 이내 주변 모두가 이름을 뒤바꿔 부르는 상황에 적응하게 됩니다. 람우는 점차 그런 희완에게 스며들고, 자연스럽게 '정희완'이라는 이름에도 익숙해져 갑니다. "정희완" 부르면, 람우가 대답하는 식이죠. 그러나 이름을 바꿔 부르는 것은 단순한 장난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람우를 짝사랑하던 희완은, 별똥별을 보여주고 싶어 '정희완'의 이름으로 당첨된 별똥별 탐사 기회를 람우에게 양보합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참사가 찾아옵니다. 탐사 장비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람우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채, 삶에서 어떤 즐거움도 허락하지 않고 살아가던 희완 앞에 어느 날 람우가 저승사자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저승사자가 이름을 세 번 부르면 영혼이 저승으로 간다고 하던가요. 람우는 어린 시절처럼 희완을 자신의 이름인 '람우'로 부르며, 희완을 지키려 합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떠올리게 하는 귀여운 오마주 같던 ‘이름 바꿔 부르기’는, 극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이자 장치, 그리고 메시지가 됩니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채 ‘람우’의 이름을 짊어지고 살아가던 희완이 마침내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짊어졌던 슬픔을 놓아주는 이야기 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청춘 배우들의 해사한 얼굴입니다. <파친코>에서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주었던 김민하는, 이번 작품에서 천방지축 여고생 희완과 고립된 여대생 희완을 1인 2역을 보여 주듯 섬세하게 표현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첫사랑 저승사자 역을 맡은 공명은 ‘올바르고 건강한 청년’의 에너지로 맑은 첫사랑의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김민하, 공명 배우가 말아주는 첫사랑 하이틴... 정말 귀엽습니다.) 이외에도 정건주, 오우리 등 각자의 개성이 가득한 배우들이 이야기에 생기를 더합니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고등학생 시절과 성인 시절을 오가며, 두 개의 시간대를 교차시킵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싱그럽고 서툰 순간들은 더욱 선명하게 그려지고, 그 시간이 아름다웠던 만큼 성인이 된 희완의 삶은 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지는데요. 온 인생을 다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인지, 이야기의 구조와 형식을 통해 조심스럽게 전하는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남은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따뜻한 답변 같은 드라마입니다. 사랑했던 사람을 놓아줄 때 필요한 용기, 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 사이에서 맴도는 감정을 한층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4월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이 작품은 긴 여운을 남길 것 같습니다.